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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경제 사회

코로나 백신, 화이자 VS 코박스 퍼실러티…정부의 복잡한 셈법

by 아더 ardor 2020. 11. 12.


11월 12일 조선일보가 '화이자 백신, 日 1억개 샀는데 샀는데 한국은 ‘0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코로나 예방률 90%에 달하는 화이자의 백신이 연내 시판되더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선구매한 상황이라 국내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내용입니다.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해 정부는 어떤 작업을 펼치는 걸까요?

 

 

화이자 코로나 백신, 일본은 1억개 샀는데 한국은 0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연내 시판되더라도 내년까지 공급 가능한 13억5000만회분의 90%인 12억회분 이상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선구매해놓은 상황

www.chosun.com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정부의 해명

정부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즉각 반박 자료를 뿌렸습니다. 첫째, 코박스퍼실러티(COVAX Facility) 참여를 통해, 인구의 20%(약 1천만 명분, 2천만 도즈)가 접종 가능한 백신을 사전 확보할 예정이며, 이미 지난 10월 9일 구매약정서 제출 및 선금 납부(약 850억 원) 등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는 겁니다. 둘째, 정부는 인구의 40%(약 2천만 명분, 4천만 도즈)가 접종 가능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기업과 협상도 진행중이며 그 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백신 전국민의 60% 확보하는 이유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코박스 퍼실러티란 데서 20%, 화이자 같은 개별 제약회사를 통해 40% 등 도합 전국민의 60%에게 맞힐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60%는 집단면역 형성, 지역사회 전파 차단 효과의 최소 기준입니다. 즉 의학적으로 10명 중에 6명이 백신을 맞고 항체가 형성되면 그 병이 더는 확산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60%를 우선적인 목표로 잡고 있는 겁니다.

 

 

코박스 퍼실러티란

코박스 퍼실러티는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20%에게 백신을 균등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다국가 연합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위원회, 프랑스가 지난 4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 출범한 COVID-19 Tools(ACT) Access to COVID-19 Accelerator의 3대 축 중 하나입니다. WHO를 비롯해 감염병혁신연합(CEPI, 백신개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백신공급) 등 굵직한 단체들이 동참했고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백신 개발과 생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백신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이후 제조 시설을 건설하는 것도 부담이죠. 백신 허가가 나야 돈을 투자할텐데 그러면 시간이 더 지연되고 초기 백신 부족이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코박스 퍼실러티는 가능성 있는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제약사의 '뒷배'가 되준다고 약속합니다. 즉, "제조 시설 건설 비용이나 생산 물량은 우리가 다 처리해줄께 만들기만 해"라고 담보를 해주는 거죠. 제약업체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참가하는 다수의 국가들은 집단 구매력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고 초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부가 제약회사 선구매 망설이는 이유

하지만, 코박스 퍼실러티만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코박스 퍼실러티가 지원하는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만든다면 언제인지 불투명합니다. 글로벌 연합체이다보니 한국에만 물량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사전에 확보하겠다는 20%란 숫자도 경우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습니다. 12일 더 이코노믹 타임즈에 따르면 COVAX Facility와 화이자는 이제 막 백신 배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이자는  COVAX Facility의 지원 없이 백신을 개발한 겁니다(역시 글로벌 제약사). 

 


근데, 우리 정부는 이미 COVAX FacilitY를 통한 백신 선구매에 850억원을 써버린 상황입니다. 돈이 없겠죠. 화이자의 백신은 구입 금액이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약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선구매를 해버린다고 선언하면 불리한 협상을 진행할 수 밖에 없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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