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UG 약 정보

암 환자 죽이는 악액질(카켁시아) 식욕개선제 보령 메게이스의 효과는?

by 아더 ardor 2022. 9. 20.

암 환자 10명 중 1~2명은 굶어 죽습니다. 풍요로운 21세기에 무슨 이야기냐 싶으시겠지만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암 환자가 식욕이 떨어지고 근육이 마르며 체력이 줄어드는 것을 종합해 암성 악액질 증후군'(cancer cachexia anorexia)이라고 부릅니다. 암성 악액질에 따른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는 전체 암 환자의 10~20%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고됩니다. 우리나라 국립암센터가 국내 암 환자 1만 46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20%는 영양실조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암성 악액질은 암성 통증과 비슷합니다. 암이 커질수록 통증이 심해지듯, 식욕 역시 덩달아 떨어집니다. 악액질은 항암 치료와는 별개로 발병합니다. 다시 말해, 항암제를 먹지 않아도 암 세포 자체의 영향으로 악액질이 발생, 악화하게 됩니다.

암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씁니다. 종양괴사인자-a(tumor necrosis factor-a, TNF-a), 인터루킨(interleukin, IL)-6, IL-1beta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영양공급을 못하게 식욕을 떨어트리면서, 자신은 인간의 몸에 축적된 영양분을 빼앗아 갑니다. 얼마나 고약한 놈인지요.

 


암 환자에게 링거 수액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소화 능력을 약화할 뿐더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무리하게 음식을 강요하는 것도 암 환자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암이 먹지 말라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내보내는 탓에 본인이 좋아하던 음식마저 못 먹게 되는 게 암환자의 슬픈 현실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바로 식욕 촉진제를 쓰는 건데요. 떨어진 식욕을 끌어올리는 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식욕 촉진 효과를 입증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성분은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Megestrol acetate)와 시프로헵타딘(cyproheptadine)으로, 전자는 보령의 메게이스가, 후자는 삼진제약의 트레스탄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령 메게이스 현탁액. 출처 서울아산병원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는 원래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등 여성암을 치료하는 프로게스틴 즉, 피임제의 일종입니다. 식욕 개선과 체중 증가는 아이러니하게 이 약의 부작용 side effect입니다. 미국의 BMS사가 1971년 자궁내막암,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했는데 임상 과정에서 환자 투여 시 식욕 개선과 체중 증가 효과가 관찰되면서 식욕 부진(anorexia)과 악액질(cachexia) 치료제로 1993년 9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메게이스'란 이름으로 출시했습니다. 비아그라도 부정맥 치료제를 개발하다 만든 역사가 있는데 이것과 비슷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메게이스란 브랜드를 보령이 인수했고 약을 자체 생산, 공급하고 있습니다.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성분 의약품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처방액은 약 1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레스탄보다 더 빨리 효과를 볼 수 있어 자주 처방됩니다.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의 작용 기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 IL-6, TNF-α의 생성을 감소시키고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른다지만 효과는 실제 환자를 통해 여러 연구로 증명됐습니다. 암환자가 이 약을 먹으면 32%에서 체중이 증가했고 항암 치료가 잘 돼 전이율이 낮아졌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약을 먹건 안먹건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구역질, 구토가 줄고 체중이 덜 줄었다고 하네요.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얘깁니다.

보령은 현재 메게이스와 이를 개선한 제품인 메게이스 에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메게이스는 밥을 먹고 먹어야 하는데 메게이스 에프는 식전 공복에 먹어도 효과가 있어요. 입자 크기도 작아서 먹기도 편하다고 합니다.

 


메게이스는 우리나라에서 암 또는 AIDS 환자의 식욕부진, 악액질 또는 원인불명의 현저한 체중감소 치료에 쓸 수 있습니다. 재발성·전이성(3~4기) 암 환자에게는 건강 보험이 적용돼 가격도 저렴합니다. 그냥 먹으면 하루 한 번씩 일주일에 13000원 정도, 건강 보험을 적용받는 암 환자는 600원 정도 듭니다.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비싸더라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약이니 쓰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메게이스는 현탁액이므로 먹기 전에 잘 흔들어야 합니다. 유해 반응으로 혈전색전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수술이나 외상 등의 혈전색전증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추천되지 않습니다. 남성에서는 성기능 장애, 여성에서는 질의 반점이나 출혈 등의 유해 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