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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이슈

의사 국가고시 일정 종료, 예상되는 후폭풍 4가지 시나리오

by 아더 ardor 2020. 11. 10.

 

의사 국시 일정 종료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10일 마무리됐습니다. 전체 해당 의대생의 86%(응시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 응시)가 미응시한 채 시험이 끝나면서 내년에 2700여명의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게 됐습니다.

 

 

 

 

의대생 국시 거부 이유 

 

 

2020년 8월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 4대 의료정책에 반발해 8월 7일 전공의 파업을 시작으로 14일 의사 파업이 이어졌고,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의대생들 역시 이에 호응해 동맹휴학·국시거부를 선택했는데 약 3주가 지난 뒤 9월 4일 의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파업은 철회됐으나 의사 국시 문제는 응시 기한이 지나 버린 후였습니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정부가 주도해 해결해달라"는 의료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수천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 '의료 공백' 사태로 번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뭐가 문제야?

 

 

의대생이 국가고시 안 본다고 뭐가 문제일까요. 의사 국가고시는 매년 한 차례 진행됩니다. 즉, 의대생이 의사 고시를 보지 못하면 의사가 되지 못하고 다음해 의사 수가 줄어듭니다.  의대생이 의사 고시를 통과하면 대학생에서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는데 구체적으로 인턴(레지던트는 인턴이 지난 다음입니다)과 공보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즉, 2020년에는 인턴과 공보의가 배출되지 않거나 수가 주는 겁니다. 이로 인해 다음 4가지 후폭풍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대학병원 진료 차질

인턴을 뽑지 못하면 대학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이제 막 학생에서 의사가 된 인턴들은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며 의사로서 스킬과 자질을 배웁니다. 반면,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이들을 마치 '직원'처럼 부려먹죠. 병원에서 인턴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처치하고 드레싱하고 수술하는 등 기본적이면서도 귀찮은(?) 업무를 담당합니다.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으면 원래 대학병원 기본 진료 업무의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2019년 인턴으로 들어와 레지던트가 된 사람이 레지던트 업무도 하면서 인턴 업무도 해야 합니다. 결국 레지던트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전공의 특별법상 레지던트도 주당 근무 시간이 최대 88시간으로 제한된 만큼 전임의(펠로우)나 교수들의 업무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적은데 일이 많으면? 진료에 차질이 생기겠죠.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술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습니다.

 

2. 공중보건의사 인력난

남자 의대생들은 보통 의사 국가고시를 보고 의사 면허를 딴 다음 군대에 입대합니다. 공부도 할 때 해야 하고, 의사 면허가 있으면 일반 사병보다 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사실 같은 이유(공부도 할 떄 하라고) 아에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고 군대 입대하는 경우가 대다수긴 하지만, 무튼 의사 면허가 있으면 군의관이나 보건소의 공중보건의사로 군 생활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군대는 복무기간이 정해져 있고, 전역하면 새로운 사람이 이를 대체해야 하는데 새로운 젊은 의사가 줄면 그만큼 군의관과 공보의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공보의의 80% 이상은 군이나 읍·면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 그 숫자가 줄면 공보의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지역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무의촌(無醫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3. 진료과 쏠림 현상

의사들도 선호하는 진료과(科)가 있습니다. 수술하는 외과보다 수술 안 하는 내과, 돈 적게 버는 과보다 돈 많이 버는 과를 선호합니다. 흔히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가 인기과로 꼽히죠. 이런 진료과로 의사가 더 많이 쏠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상대적으로 인기과 경쟁률이 낮아져 인턴을 이쪽으로 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둘째, 2020년 인턴이 사라지면 2019년 인턴을 하고 2020년 레지던트를 신청할 때 자신의 성적이 안 돼(경쟁에서 밀려) 비인기과를 택했던 의사들이 다시 인턴을 하더라도 인기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럼 비인기과는 또 사람이 줄겠죠. 셋째, 2021년에는 의사 국시 응시생이 2배, 더블링 되는데 이래도 인턴할 수 있는 병원은 제한적이라 절반은 탈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병원에서 수련을 받지 않고도 일반의라고해서 의사는 됩니다. 일반의는 추가 교육을 받지 않은만큼 사람의 생명에 좌우된 일은 대부분 안하고 미용, 성형이나 감기 치료하는 가정의학과를 택하는데 이쪽에 의사가 쏠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과들이죠.

 

4. again 의료계 파업?

이번 의사 국시 미응시 해결을 위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대학병원, 그것도 교수급 인력이었습니다. 서울대, 고대, 서울성모병원까지 9개 대학병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의사 국시를 보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죠. 의사 부족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면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는 논리(였지만 당연히 자신이 일이 더 많아지니까 발등에 불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대학병원 인력 공백은 1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3년에는 레지던트 2년 차, 2024년에는 레지던트 3년 차에 인력 공백이 생깁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들은 아우성을 칠 테고, 이를 케어하면서 또 일부 진료에 참여해야 하는 교수들도 업무 증가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의사 수 감소는 기정사실이 됐고, 향후 정부와 의료계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할 때 입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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