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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건강하게 살기

황희찬 냉동 요법 크라이오 테라피, 가격 대비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

by 아더 ardor 2022. 10. 3.

MBC 나혼자 산다에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축구 선수 황희찬이 집에 있는 냉동 기계로 몸을 회복하는 모습이 나왔었습니다. 원통형의 기게 안에 들어가 액체 질소로 온도를 영하 110~120도, 최대 180도까지 낮춘 채 3분간 시간을 보내는 이런 치료를 ‘크라이오 테라피’ Whole Body Cryotherapy 라고 합니다.

 

2분 10초부터 나옵니다~


크라이오 테라피는 그리스어로 냉동을 뜻하는 '크라이오(cryo)'와 치료·요법을 뜻하는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입니다.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할리우드 여배우인 제시카 알바, 제니퍼 애니스톤, 데미 무어 등을 비롯해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크리스타이누 호날두, 권투 선수 메이웨더, 100미터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 등도 애용하는 치료 요법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실 크라이오 테라피는 의학적으로 꽤 오랜 시간 쓰이고 있는 치료입니다. 피부 사마귀를 얼려서 떼기도 하고요, 저체온 요법(목표체온유지치료)라고 해서 심장이 멈추거나 뇌졸중으로 뇌가 붓는 상황에 신진대사를 낮춰 뇌에 타격을 최소화하는 치료법도 있죠.

일단 체온을 너무 낮추면 동상이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제 크라이오 테라피를 할 때는 기계에 직접 닿는 부위인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양말고 털신발을 신고 털모자, 장갑,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합니다. 맨살이 기계에 닿지 않는 한 3분의 짧은 시간에 동상에 걸릴 위험은 적다고 하네요.

그건 그렇고. 몸을 얼렸다 해동하는 게(표현이 좀 직설적이지만;; 사실이 그렇죠)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의학적인 치료는 불가피하다고 해도 과연 일반인이 돈을 주고 할 만큼 가치가 있는 치료일까요?

호주 CRYO 사 홈페이지 캡쳐. 얼굴에도 냉기 쏘고 몸에도 냉기 쏘고...


우선 크라이오테라피 업체는 통증 완화, 피부 등 신체 회복, 다이어트 이 세 가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 완화는 우리가 발을 접질리거나 투수들이 공을 많이 던진 뒤 하는 아이스 찜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체온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혈액 속 백혈구가 손상 부위에 작용해 염증을 유발하는데, 체온을 낮추면 혈류 속도가 느려져 통증도 덜 느끼거나 천천히 느끼게 돼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신체 회복은 혈액 순환뿐만 아니라 호르몬과 연관돼 있습니다. 추운 겨울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몸이 풀리고 얼굴에 화색이 돌죠? 마찬가지로 크라이오테라피도 체온이 회복하는 과정에 산소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닿아 피부가 밝아지고 몸이 풀어진다고 홍보합니다. 이 과정에 체내 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같은 호르몬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고도 해요.

다이어트는 신진대사와 연관이 있는데요. 체온을 올리려면 몸이 열량을 태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 칼로리가 소모돼 다이어트가 된다는 겁니다. 한 시간 정도 뛰어야 태우는 열량을 단 3분 만에 소모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습니다.

 

Whole-body cryotherapy: what are the cold hard facts?

Immersing oneself in air frozen to as low as -160C has its sporting champions – including Leicester City and the Welsh rugby team – but does it stand up to scientific scrutiny?

www.theguardian.com

크라이오테라피를 다룬 영국 가디언지 기사



자, 그럼 정말 크라이오테라피는 얼마 정도 효과가 있는 걸까요? 1회에 2~3만원을 주고 할 만큼 돈값을 하는 치료법일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일단, 크라이오테라피는 등장, 확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를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결과가 왔다갔다합니다. 2015년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지구력이 있어야 하는 운동 선수가 중간에 전신 냉동 요법을 받으면 한 시간 간격으로 두 번의 달리기 테스트 중 두 번째에서 더 빨리 회복하고 성적도 좋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에 코크란 리뷰 등에는 근육통 완화나 운동 능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결과도 많이 있어요. 통증 완화에는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로 결과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미국 FDA도 전신 크라이오테라피는 근거가 없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공지'합니다. 출처 https://www.fda.gov


무엇보다 다이어트는 너무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사실 몇 분 만에 밥 두세 공기 분량의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으면 그게 비만 치료의 '황금률'이 됐겠죠. 크라이오테라피 개발사는 돈방석에 앉고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이 역시 사람마다 효과가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갖춰지지 않았고요.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크라이오테라피는 국소 부위를 완전히 얼리거나 연구를 통해 가장 최적의 온도, 시간을 찾아낸 사례입니다. 황희찬이 한 크라이오테라피는 결과가 중구난방이니 '의학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수 많은 샐럽들과 스포츠 스타들은 크라이오테라피를 하고 있을까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아마 그들이 돈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크라이오테라피가 몸에 큰 부작용이 없고, 하면 좋을수도 나쁠수도 있는데 여유가 되니 하는 거겠죠. 그리고 스스로가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 그 자체로 몸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신경 전달 물질의 수치가 높아지는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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