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 배우’ 안성기가 1년 넘게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한산 등 스크린에도 자주 나오고 "커피 한잔의 여유" 외치던 모습이 인상 깊어서인지 안성기 배우의 나이가 벌써 70세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혈액암은 이름처럼 혈액을 구성하는 림프구(B세포 T세포), 조혈모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무한 증식하는 병입니다. 다른 암처럼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져 보통 60대 이후 호발합니다. 림프종, 백혈병, 다발골수종 등이 대표적인 혈액암입니다. 각각의 암마다 병리학적으로 수 십 개의 종류로 또 구분돼 맞춤 치료가 중요한 병입니다.
혈액암의 주요 증상
혈액암일 땐 백혈구, 적혈구, 림프구, 혈소판 등 혈액 세포가 망가져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백혈구가 감소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잘 감염됩니다. 고열, 오한(춥고 떨리는 느낌), 관절통 및 근육통이 대표적입니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감소하면 숨참, 어지럼증, 피로감, 쇠약감, 호흡곤란, 두통, 메스꺼움, 식욕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혈소판이 줄면 지혈이 제대로 안 돼 피가 멈추지 않고 몸에 멍이 들거나 피부에 빨간 점들이 마치 깨를 뿌린 것처럼 여기저기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피, 잇몸 출혈, 혈뇨도 빈번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6개월 사이 자기 체중의 10% 이상 급격히 주는 체중감소가 나타나기도 하고 잠을 잘 때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날 수도 있습니다. 뼈가 아프고 잇몸이 붓고 간비대, 비장 비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백혈병의 원인과 종류
백혈병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세포가 되는 병입니다. 2021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암 발생 총 254,718건 중, 백혈병은 총 3,738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5%를 차지했습니다. 성별로 구분하였을 때 백혈병은 전체 남자 암 발생률 중 1.6%(2,108건), 전체 여자 암발생률 중 1.4%(1,630건)로 보고됩니다.
백혈병의 발생 원인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흡연,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 원자 폭탄 피해자처럼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과는 다소 무관합니다.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질환도 아닙니다. 백혈병 환자라고 자녀가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지 않습니다.
백혈병은 크게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진행 속도와 발생 위치에 따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으로 구분합니다. 각 병명을 보면 진행 속도(급성, 만성) 주요 발병 위치(골수, 림프구)를 알 수 있습니다.
급성 백혈병의 진단 치료법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입니다. 60대 후반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소판이 줄어 출혈이 잘 멈추지 않거나 전신에 멍이 드는 증상을 보입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에 만들어지기에 진단을 위해서는 골수를 빼내는 골수천자와 조직 검사를 합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항암 주사를 매일같이 맞아 치료합니다. 항암화학요법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항암제로 구역, 구토 등 부작용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시타라빈이란 약은 암세포의 DNA 합성을 방해해 암을 억제합니다. 뒤에 나올 비호지킨성 림프종에도 많이 쓰는 약입니다.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고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약제를 3일간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가지 이상 항암제를 써야 악독한 혈액암을 잡을 수 있는 거죠.
항암제 투여 후 2주차에 중간 골수 검사를, 혈액 수치가 정상이면(보통 4~6주 걸림) 최종적으로 골수 검사를 한 번 더 시행합니다. 골수검사 상 백혈병 세포(골수아세포)가 5% 미만으로 줄고, 백혈병의 모든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를 치료가 완료된 '완전관해' 상태라고 합니다. 이후에도 이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타라빈을 추가 투여하거나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악성 세포로 변한 림프구(B세포 또는 T세포)가 골수와 혈액을 침범해 증식하는 병입니다. 소아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L1, L2, L3로 분류합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달리 백혈병 세포가 뇌나 척수 등 중추 신경계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골수검사 외에 뇌척수액 검사도 해야 합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비슷한 약을 쓰지만 보통 3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동시에 수일에 걸쳐 정맥 주사합니다. 구토, 감염, 출혈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고 일부 환자는 이로 인해 사망하기도 합니다. 중추 신경계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예방적으로 메토트렉세이트나 사타라빈 + 하이드로콜티손을 척수강에 직접 놓아야 합니다.
조혈모 세포 이식은 백혈병이 발생한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제거하고 정상인의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으로 골수를 포함한 전신의 모든 백혈병 세포와 정상 혈액세포를 죽이고, 환자의 혈관을 통해 정상 조혈모세포를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혈액에 주사하면 알아서 골수에 붙어 증식합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70~80%,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는 약 90%, 성인은 약 70~85% 정도가 완전관해에 도달하는데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면 완전관해를 넘어 완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성 백혈병의 진단 치료법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급성 백혈병과 치료 목표가 다릅니다. 질환을 완치하겠다는 목표보다 고혈압, 당뇨병처럼 다스리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방치하면 가속기를 거쳐 급성 백혈병으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만성기에서 급성기로 악화하면 1년 이내 환자 대부분이 사망합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조혈모세포의 염색체에 ‘필라델피아 염색체 이상(9번과 22번 염색체가 일부 교체되는 현상)’이라 불리는 변화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백혈병입니다. 쉽게 말해 조혈모세포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병인데, 그 원인 염색체가 밝혀진 혈액암입니다.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치료제도 개발됐습니다.
2001년 개발된 치료제인 글리백(이마티닙)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만든 표적 항암제입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진행 원인인 필라델피아 염색체 재배열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로 만성기 또는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먹는 약이라 환자가 치료받기 편하고 강력한 관해 능력과 적은 부작용을 동시에 가져 '기적의 항암제'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글리벡 이후 차세대 만성 골수성 백혈병 표적 치료제로 타시그나(닐로티닙) 스프라이셀(다사티닙), 슈펙트도 출시됐습니다.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약물을 바꿔 치료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오래 먹어야 하는 만큼 장기 복용 시 표적항암제마다 나타나는 주요 부작용이 다릅니다. 글리벡은 심장·콩팥 기능이 약해지고 타시그나와 슈펙트는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고혈압·고지혈증 가족력이 있거나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크면 초기부터 이 약을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스프라이셀은 폐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이나 폐동맥고혈압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호흡기가 약하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1~3개월마다 염색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매일 약을 먹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표적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2.10.03 - [HEALTH 건강하게 살기] - 안성기·허지웅 투병한 혈액암② 킴리아 CAR-T 등 림프종의 증상과 최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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